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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일 : 11-12-21 00:01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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탈퇴하기 전에 한 마디 적고갈게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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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조회 : 2,04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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'일기는 일기장에'란 말도 있고.. 저 스스로도 참 유치하고 손발이 오그라들기는 하지만,
이런 글이라도 적지 않으면 정말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.. 몇 마디 적어봅니다.
전 몇 시간전,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/자괴감/패배감/배신감과 더불어
말로 형용할 수 없는 어떤 기분(굳이 표현하자면 슬픔에 가까운)을 동시에 느꼈습니다.
정말로요.
'어떤 광경'을 보고 나서 말이죠. 그리고 으레 나올 법한 반응(보다는 반사에 가까웠겠지만)처럼
'그 분'께 이런 말을 했습니다.
'XXX님, 오늘 다시 보게 되네요.'
그러자 그 분에게 이런 답변이 돌아왔습니다.
(사실, 앞서 제가 본 광경보다 제게는 이 대답이 치명타였습니다.)
'저도 님을 다시 보게 됬네요ㅎ'
그리고 전.. 별다른 대답도 못하고 그냥 수고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, 게임을 껐습니다.
그냥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군요.
(욕하시고 비웃으셔도 좋습니다.. 전 남자입니다.)
제가 본 광경 자체도 어떻게보면 일종의 무섭고도.. 슬픈 광경이었습니다만,
돌아온 대답이 너무나도 날카롭고도 단단한 비수처럼 제게 꽂히더군요.
(물론 어디까지나 제 발언에 대한 단순하고 단호한 나름의 대답이셨겠지만요)
정말이지 그 간의 전후사정을 떠나서, (제가 아직 어린 편이긴 하지만)평생을 통틀어도,
그리고 앞으로도 몇 번 못겪어볼 경험일거라 확신이 들 정도로...
게임을 끄고 제게는 여러 생각들이 교차했습니다.
제게도 4년 넘게 오랜 기간 즐겨오던 카발이었고, 그럼에도 제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방법을
들고온 그 분에게 제가 미처 같은 방법으로 대비하지 못한 탓이 가장 크겠지만,
또한 그 분의 창의력(웅진 X크빅의 그 창의력과 아마 같은 종류일겁니다)과 발상.
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동원 할 수 있는 인맥과 인망에 감탄해야 하는게 옳은 것이었겠지만,
한 편으론 '게임'인데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되는건가..라는 생각이 들더군요.
그냥 이런 '단순한 작업에 가까운 무엇'을 하기 위해 며칠 동안의 십수 시간을 열심히 투자한 건가..?
다른 한 편으로, 상황이 이렇게까지 막장으로 치닫기까지에 내 책임도 없었던걸까?
이런 '기분'을 느낄 자격이 과연 내게 있는걸까? 차라리 내가 경쟁에 뛰어들지 않았더라면?
그리고 그 분이 나에게 비수같은 답변을 던지게 만들고, 그런 '수단'까지 동원하게 만든 책임이
내게도 있지않는가..
흥분이 조금씩 가라앉고 교차하던 생각들이 자리잡으니, 남는건 부끄러움이더군요.
돌이켜보면, 그 분은 게임의 시스템의 허점을 단단한 준비를 거쳐 단지 잘 이용한 것 뿐이고,
그저 거기에 '맞춰'대응하려고만 했던 저의 느슨한 마음가짐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이었겠죠.
또한 이렇게까지 상황을 극단적으로 내몬 데에도 제 책임 또한 컸구요.
자기정당화로 보이겠지만.. 한마디로 '역시 제가 너무 순진했던 것 같습니다'
끝으로..
그 분도 이 글을 보실 걸로 알고 있겠습니다만, 전 그 분께 어떤 죄책감이나 기타 어떠한 것도
요구하고 있지 않습니다. 그저 그 순간 제가 느꼈던 기분을 조금이나마 헤아리고 이해해 주심을,
그리고 오해가 있었다면 용서해주시고 좋은 결과로써 기분좋게 잊어주심을, 바라고 있겠습니다.
하지만 한 가지.
몇 시간 전까지의 저처럼, 앞으로도 그 분을 지금까지처럼 같은 리폿의 닉네임대 닉네임으로
맞대면할 자신이 도무지 들지 않네요. 비록 취미생활이긴 하지만, 전 그동안 플포에서 리폿까지
그 동안의 몇 년 간을 그 분을 선구자로서, 신컨을 앞세운 네임드로서, 그리고 덕망높은 지존들
중 한 분으로서 존경했고, 여러모로 알게모르게 도움받은 점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왔습니다.
하지만 정말 오늘 일은.. 잊을 래야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네요.
그리고 그 분의 대답처럼, 그 역도 아마 성립하는 걸 거겠죠..?
이미 서로가 서로에게 많이 실망한 이상, 둘 중 한 명은 커뮤니티를 떠나는 것이..
가장 이상적인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, (일방적으로나마)생각해봅니다.
아참, 그 분과 몇몇 분들을 제외하면 전후상황 전혀 모르실 다른 리폿분들은 도무지 내용이 불분명한
이 글 때문에 적잖이 당황하실 것 같긴 합니다만.. 너그러이 넘어가주실 걸로 알고있겠구용.
오늘 일은 저 혼자 추스르고.. 눈팅유저로 남을까 합니다.
리폿식구여러분,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. 겨울 몸관리 잘하시고, 모두 득템하시길 바랄게요.
p.s 셀형..! 열심히 부주해드린다고 했었는데, 얼마 못해드려서 정말 죄송해요..
약속을 어긴 것 같아서 내내 기분이 편치 못했네요.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사과드릴게요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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